사라지는 많은 것들
여권 사진을 찍으러 신촌에 갔다.
2003년에 입사서류용 증명사진을 찍었던 곳이지.
정말 사진 잘 찍는 곳이란 소문이 났었고 나도 정말 만족스러웠던 터라,
(결과물도 그렇지만, 사진사의 Professionalism이 가히 짱)
6년이 지난 지금도 그 곳이 아니면 안된다고 생각해서 간 곳이다.
지금은 역시.. 디지털.
예전은 필름이라, 현상해 보기 전까지는 그 결과를 알 수가 없어
사진을 찾으러 가기 전까지 항상 두근거렸는데..
지금은 이 곳이든, 어디든 바로 결과를 알 수가 있구나.
필름이 좋으니까 필름으로 찍어주시면 안되겠냐는 나의 요청에,
아저씨는. 나 혼자 되는게 아니라고 했다.
필름과 인화지와 약품이 수입이 안된다고 하니..
전에는 좋은 표정일 때를 포착하고
포토샵 보정같은 필름 보정을 연필로 (;;;) 밤새 했다고 하셨다.
그걸로 한겨레 신문에 기사도 나셨다고. ㅋ
그런데 지금은 그냥 여러장 찍어서 잘 나온 부분을 합성하기만 하면 되고
그건 누구나 할 수 있는거라 별로 재미가 없다고...
그래도 사진 찍을 때의 샤프함은 여전하시었다.
나 정말 눈도 붓고 아프고 해서 사진찍을 컨디션이 아니었는데.
그래도 어찌저찌 정신없게 만든 다음 딱 찍어주시는걸 보면 말이다.
(그래도 미리 본 나의 사진은; 정말 최악이었다 ㅠㅠㅠㅠㅠㅠㅠ)
내일부터 눈을 똑바로 뜨는 연습을 하리라!!!!!!!
이야기가 딴 데로 샜지만,
어쨌든. 디지털때문에 소중한 많은 것을을 잃어버리는 것 같다.
아날로그적인 감수성이랄까 뭐 그런거.
휴대폰이 몇백만원 하던 시절, 삐삐 갖고 댕기던 시절.
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래를 테이프에 녹음하고
그 노래 테이프를 이리저리 짜집기해서
손으로 쓴 편지와 함께 친구에게 보내던 기억.
어릴때 손으로 써서 보낸 편지가 아마 수백통은 넘을거다.
서태지를 몹시 좋아하던 내 친구들
학을 접어 라면박스 가득 채워 보내고..
수학여행이나 소풍을 가서 찍어온 필름을 현상하느라
친구들끼리 돈 모으기도 하고 말이지.
지금은 그때에 비하면 참 삭막한데 말이지..
10년 후에는 2009년인 지금도 2019년에 비해 아날로그적인, 그런 것이 될까?
오는 길에 발견한 Book Off에서 미스치루의 앨범 두 장을 샀다.
(신촌에 Book Off가 있었다니. 물론 도쿄보단 작지만. 나쁘지 않아!)
미스치루를 듣고 있자니, 왠지 약간은 아날로그가 된 것 같구나.
나도 구세대가 된 것인지..?
그럴지도 모르겠다.


